후련할 줄 알았는데, 왜 이렇게 공허할까? 퇴사 후 찾아오는 진짜 감정

퇴사 다음 날 아침, 생각보다 조용했다

퇴사하면 분명 후련할 줄 알았다. 눈 뜨자마자 울리던 출근 알람이 사라지고, 억지로 입던 셔츠 대신 잠옷 차림으로 창문을 열 수 있는 아침. 그런데 이상했다. 마음이 가볍기는커녕, 너무 조용했다. 조용해서 오히려 불안했다. 회사 단톡방은 이미 나 없이 굴러가고 있었고, 내 캘린더는 하얗게 비어 있었다.

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자유일 텐데, 그 자유가 나에게는 공허함으로 다가왔다.

“퇴사했는데, 왜 기분이 더 안 좋죠?”

퇴사 후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. 문제는, 이 감정을 미리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.

30대 후반의 B씨는 말했다.

“회사 다닐 땐 하루만 쉬어도 천국 같았는데, 막상 그만두고 나니까 하루가 너무 길어요.” 출근할 필요도 없고, 눈치 볼 상사도 없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가면괜히 내가 쓸모없어진 느낌이 든다고 했다.

이 공허함은 ‘의욕 상실’이 아니라 정체성이 잠시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.

우리는 생각보다 ‘회사’로 나를 설명해왔다

“어디 다니세요?”

이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던 시절이 있었다. 하지만 퇴사 후 같은 질문을 받으면 말이 잠깐 막힌다.

“지금은… 잠시 쉬고 있어요.”

괜히 덧붙이게 된다. ‘잠시’라는 단서를. 회사에 다닐 때 우리는 직함, 팀, 역할로 자신을 설명했다. 퇴사는 그 설명서를 한 번에 찢어버리는 일이다. 그래서 퇴사 후 공허함 ‘일이 없어서’가 아니라 나를 설명할 언어가 사라졌기 때문에 생긴다.

후련함 다음에 오는 공허함은 실패가 아니다

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이렇게 해석한다.

“괜히 나왔나?”

“내 선택이 틀렸나?”

하지만 퇴사 후 공허함은 잘못된 선택의 증거가 아니다. 오히려 너무 오래, 너무 열심히 한 역할에 몰입해왔다는 증거다. 일을 대충 해온 사람은 이렇게 허전해하지 않는다.

공허하다는 건, 그만큼 삶의 중심에 일이 있었던 사람이라는 뜻이다.

지금은 채워야 할 때가 아니라, 비워지는 시간이다

퇴사 후 우리는 조급해진다. 당장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고, 쉬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, SNS 속 남들은 다 잘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. 하지만 이 시기에 가장 위험한 건 공허함을 빨리 없애려는 마음이다.

이 시간은 새로운 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, 예전 질문을 다시 보는 시간이다.

  • 왜 그렇게까지 버텼는지
  •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는지
  •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건 무엇인지

공허함은 공백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위한 여백일 수 있다.

후련하지 않아도 괜찮다

퇴사했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당신이 이상한 건 아니다. 후련함보다 먼저 오는 공허함은 너무 정상적이다.

그리고 그 감정은 언젠가 방향으로 바뀐다. 지금은 아직,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아침일 뿐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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