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거의 비슷한 문장이 맴돈다.
“지금 나가면 인생 망하는 거 아닐까?”
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, 막상 퇴사를 상상하면 더 큰 불안이 밀려온다. 통장 잔고, 공백 기간, 다음 직장, 그리고 ‘지금 이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아닐지’에 대한 공포. 이 감정은 의외로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, 너무 오래 버텨온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느낀다.
사례 1. 번아웃인데도 사표를 못 내는 7년 차 직장인
| IT 회사에서 7년째 일하는 A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출근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. 일은 예전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, 사소한 메일 하나에도 심장이 빨리 뛴다. 스스로도 번아웃이라는 걸 안다. 그런데도 퇴사를 결심하지 못한다. “여기서 나가면 내가 다른 데서 잘할 수 있을까?” “이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게 맞나?” “지금 회사라도 있으니까 버티는 거지, 나가면 더 불안해질 것 같아.” A씨를 붙잡고 있는 건 회사가 아니라 ‘지금이라도 붙들고 있지 않으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은 공포’다. |
이 공포의 정체는 무엇일까
‘지금 나가면 망할까’라는 감정은 실제 위험보다 과장된 상상에서 커지는 경우가 많다.
- 퇴사 = 소득 0원 = 생존 위기라는 단순화
- 공백 = 실패라는 사회적 낙인
- 지금 회사가 내 커리어의 유일한 안전망이라는 착각
특히 오래 한 회사일수록, 조직이 곧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.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선택은 단순한 직업 변경이 아니라 정체성을 잃는 일처럼 느껴진다.
사례 2. 퇴사 후 바로 망할 줄 알았던 사람의 실제 모습
| 마케팅 직무 10년 차 B씨는 퇴사 전까지 “지금 나가면 다시는 이 연봉 못 받을 것 같다”고 말하던 사람이다. 주변에서도 “요즘 시장 안 좋다”는 말이 돌아왔다. 결국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. 퇴사 직후 B씨는 불안했다. 출근을 안 하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, 하루 종일 채용 공고를 새로고침했다.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. 잠을 제대로 자기 시작했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커리어 방향을 정리했고 ‘내가 왜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였을까’를 처음으로 돌아봤다 B씨는 말한다. “퇴사하자마자 망하지는 않더라. 오히려 망하고 있던 상태를 멈춘 느낌이었어.” |
퇴사가 무서운 게 아니라, 불확실성이 무서운 것
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사가 아니라 ‘이후가 안 보이는 상태’를 두려워한다. 문제는 불확실성을 없애고 퇴사하려고 하면, 그 순간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. 완벽한 다음 직장, 100% 확신, 모든 리스크가 제거된 상태는 없다. 그래서 퇴사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점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.
“다들 이렇게 버티는데 나만 예민한 건 아닐까?”
“조금만 더 하면 괜찮아질지도 몰라.”
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. ‘지금 이 상태로 1년을 더 버틸 수 있는가?’
망할까 봐 두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관점
퇴사는 도박이 아니라 전환이다. 지금 회사를 나간다고 해서 인생이 바로 무너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. 반대로, 이미 무너지고 있는 상태를 방치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. 퇴사를 고민한다는 건 이미 마음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여러 번 무시해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. 망할까 봐 무서운 건 당연하다. 하지만 그 공포 하나로 나 자신을 계속 소모시키고 있다면, 그 또한 다른 형태의 위험이다. 퇴사는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지만,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선택이라는 걸 잊지 말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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